금융감독원이 이번 주 온코퍼레이션의 1500억원대 사기대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무역보험공사(무보)에 대한 현장 검사에 나선다. TV 수출업체인 온코퍼레이션이 무보 보증을 통해 은행에서 받은 1500억원대 대출금을 갚지 않은 채 파산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금융권에서는 ‘제2의 모뉴엘 대출사기 사건’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검사는 무보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의뢰로 이뤄졌다.
무보는 일단 “온코퍼레이션은 경영난에 따른 채무 불이행으로, 허위로 실적을 만들어 낸 모뉴엘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간 온코퍼레이션의 수출 내역에 문제가 없는지, 정상수출이었는지 거래건수를 일일이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이처럼 고강도 검사를 예고한 건 온코퍼레이션의 영업 방식이나 대출 형태가 모뉴엘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둘 다 해외생산·해외수출로 매출을 올렸고, 무보 보증을 받아 대출을 받았다는 점이 같다.
모뉴엘은 2014년 홍콩에서 생산한 저가 홈시어터 등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과정에서 매출을 부풀리고 수출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무역보험공사·수출입은행으로부터 대출 보증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시중은행이 모뉴엘에게 대출해줬다가 물린 돈이 3300억원이다.
온코퍼레이션도 중국에서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해 미국으로 수출했다. 이 과정에서 무역보험공사의 수출보증보험(EFF)에 가입한 뒤 KEB하나은행·농협은행·기업은행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더구나 온코퍼레이션 미국 법인에는 모뉴엘 사건에 연루됐던 무보 전 부장급 직원 2명이 채용돼 최근까지 연 5만5000~7만5000달러(6100만~83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는 내부 제보까지 나왔다. 은행권은 파산을 예측하지 못해 1500억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 손실금은 고스란히 보증을 선 무보가 물어줘야 한다. 무보가 공공기관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은행빚을 갚아줘야 한다는 얘기다.
모뉴엘 사건 이후에도 무역금융 사고가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적을 쌓는다는 명분으로 내주는 부실 보증이다. 무보가 무리하게 보증을 내줬다 대출금을 떼이는 관행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소속 박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무보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보가 올해 7월까지 회수하지 못한 해외채권 규모(누적잔액 기준)는 1조2861억원으로 집계됐다. 미회수 해외 채권 누적 규모는 지난 2014년 1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조1291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대출금 회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 7월까지 383억원(2.9%)을 돌려받는데 그쳤다. 2014년과 지난해에도 회수율이 7.8%(874억원), 7.3%(889억원)에 머물렀다. 박 의원은 “이런 결과는 국민의 혈세를 되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많은 해외지사를 운영하고 있는 코트라와 협력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