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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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설 정신질환자 치료 공백, 최규철 서울동부구치소장의 30년 현장 해법

교정시설 담장 안, 시민들이 잊고 지내는 그곳에서 매일 비상벨이 울린다. 범죄자가 사회에서 격리되는 순간 시민들은 안도하지만, 그 순간부터 교정 현장의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 특히 치료받지 못한 채 범죄를 저지르고 수용된 정신질환자들은 교도관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자 과제다.

 

30년 넘게 교정 현장을 지켜온 최규철 서울동부구치소장은 최근 기고를 통해 이 문제의 심각성과 해법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그의 목소리는 단순한 현장 하소연이 아니다. 수십 년의 경험과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행정가의 진단이자 제언이다.

 

"전체 수용 인원의 10%가 정신질환자"…교정 현장의 민낯

현재 전국 교정시설에서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이거나 과거 투약 이력이 있는 수용자 수는 전체 수용 인원의 약 10%에 달한다. 정신질환자 강제 입원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지역사회에서 방치된 이들이 결국 범죄로 이어져 교정시설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을 수용할 의료 인프라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전국 교정시설에 배치된 정신과 의사는 단 3명. 수십 개 시설에 나뉜 수천 명의 정신질환 수용자를 고작 3명의 전문의가 담당해야 한다는 현실은, 수치만으로도 그 공백의 크기를 충분히 가늠케 한다. 대부분의 수용자는 원격화상 진료를 통해 약을 처방받는 것이 전부다.

 

최 소장은 "치료가 우선인 정신질환 수용자들을 밀폐된 공간에 격리하는 것은 상태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교도관들이 매 끼니마다 혀 밑까지 검사하며 복약 여부를 확인하지만, 전문 의료인의 손길 없이는 역부족이라는 고백이다. 안전 유지를 위해 보호장비 사용과 격리 수용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 교정본부와 서울대병원과의 협업 모델 구축

이 문제를 단순히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울동부구치소에는 법무부 교정본부와 서울대학교병원의 업무협의에 따라 정신과 전문의 1명이 파견 근무를 시작했다.

 

서울대 이한성 교수는 기존의 원격진료를 넘어 증상이 심한 정신질환 수용자들을 직접 면담하고 진료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증도에 따른 환자 분류 시스템을 도입하고, 현장 교도관들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유형별 행동 특성과 대응 방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전문 지식 없이 최전선에서 정신질환 수용자를 맨몸으로 상대해야 했던 교도관들에게는 실질적인 구원이 됐다는 평가다.

 

이는 교정시설과 의료기관 사이의 높은 벽을 허문 사례로, 교정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로 평가된다.


"치료 없이 재사회화 없다"…교정 철학의 재정립

최 소장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데는 단순히 현장 관리의 어려움을 넘어선 철학적 배경이 있다. 그는 "교정의 목적은 구금 확보와 재사회화"라며, 질병 치료가 선행되지 않으면 직업 훈련이나 교화 같은 재사회화 교육은 순서를 잃게 된다고 강조한다.

 

결국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 수용자가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나오는 순간, 그 위험은 다시 시민에게 돌아온다. 최 소장은 이를 "부메랑"에 비유했다. 열악한 의료 인프라와 사회의 무관심이 결국 제2, 제3의 묻지마 범죄를 낳는 악순환의 고리라는 것이다.

 

30년 넘게 그 최전선에서 이 악순환을 목격해온 최 소장의 발언은, 그래서 더욱 무게감이 다르다. 그는 기고를 통해 국가적 지원의 필요성과 함께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시작된 변화, 안전한 사회에 대한 희망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시작한 교정-의료 협업 모델은 현재 전국 확산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이런 시도가 교정시설과 의료기관 간 협업의 좋은 본보기가 되어 전국 기관으로 확산하길 바란다"는 희망을 직접 밝혔다.


최 소장이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증명했듯, 의지와 협력이 결합되면 변화는 가능하며 담장 안의 정신질환자 치료와 관리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 의료기관의 참여와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만이 제2, 제3의 묻지마 식 범죄를 예방하고 국민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기자 : 유지혜    작성일 : 26-02-25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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