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가 낸 올해 임금·단체협약 요구안을 놓고 적정성여부를 놓고 말이 많다. 그 내용이 황당하기 때문이다. 호봉 승급을 포함한 기본급 6.3% 인상, 성과급 250% 고정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나열하고 있다. 이런 요구사항을 반영하면 올해에만 4000억원 가까운 비용이 추가된다는데 최근 조선업계 업황과 경영난을 외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조5400억원에 이르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세계경기 침체와 유가 하락으로 9분기 연속 적자다. 올 해들어 선박 수주는 3척뿐이고 해양플랜트는 17개월 동안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일하고 싶어도 일감이 없어 일할 수 없는 상황에 곧 닥칠 형국이다. 임금·단체협약 내용도 위기상황에 맞게 짜야하는데 조합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9년 무분규 기록을 세워왔으나 2014년 강성 집행부로 전환되며 노사 갈등도 커지고 있다. 일감이 없는 가운데 인력 감축을 최소화하려면 전환배치가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노조가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전환배치를 심의·의결하도록 하자며 무리한 주장을 내 걸고 나섰다.
임금인상 요구는 노조의 당연한 역할이다. 하지만 회사 사정을 봐가며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누적 적자가 5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 회사는 올 1분기 단 세 척, 2억 달러어치를 수주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저가 공세와 일본 조선업의 회복이 겹치며 자칫 조선업이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져 팽배해있다.
임금 인상이 문제가 아니라 도크가 비고 일자리가 아예 사라지는 걸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이미 1인당 연 7800만원으로 조선업계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올리고, 퇴사자 수만큼 인력을 충원해 달라고 할 때는 아니다. 사외이사추천권 같은 요구도 인사권이나 경영권 침해는 물론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이런 행태는 국민에게 외면을 받는 것은 물론 기업 사정을 악화시킬 뿐이다. 최근 35억원이라는 헐값에 중국 안방보험으로 매각된 독일계 알리안츠생명은 경영진의 판단 미스와 강성 노조의 강경 대응으로 회사 가치를 떨어뜨린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다.
불황기에 맞춰 일자리를 지키려는 노조의 발상 전환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