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공무원과 공공기관·사립학교 종사자 언론인 등 약 4백만명에 적용대상 기관이 무려 4만919개에 이른다.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를 금지해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어 법 제정취지에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 되었으나 법 적용 대상이 광범위한 데다 ‘직무 관련성’ 같은 핵심 개념이 엄밀하게 정의되지 않아 시행 전부터 법 적용의 혼선과 논란이 많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방대한 법 해설자료를 내놓았지만 일부 사례에 대해선 아직도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법 적용 대상자뿐 아니라 해당되지 않은 민간기업 임직원 등도 법 해설 자료를 숙지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현재로서는 시행 과정에서 적잖은 문제점이 노출될 것 확실하다. 규제가 과도하다는 볼멘소리도 곳곳에서 나왔다. 공직사회 등에선 벌써부터 모임이나 약속을 취소하는 경우가 줄을 이었다. 26일에 시작된 국정감사에선 의원 식사비를 국회에서 자체 결제 또는 각자 결제 하는 풍경이다.
정부와 국회는 시행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 입법과정에서 삭제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부터 복원해야 할 것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거품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경제적 충격을 줄이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오는 2018년에 음식물·선물·경조사비 가액 기준을 다시 검토할 방침으로 있지만 그 전이라도 필요하다면 보완해야 할 것이다. 김영란 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되 혼선은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청탁금지법에 관한 정책논의’를 주제로 한 학술회에서 법 시행이후 위반사례가 발생하더라도 법률부지로 인한 금지착오의 규정을 적용하여 처벌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고려의 대상이 돼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김영란 법은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실험이다. 접대문화나 조직문화에 일대 변혁을 몰고 올 것이다. 우리 모두 몸가짐을 바로 해야 할 때다.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