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비선실세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정기국회 예산심의마져 파행을 겪고 있다. 3백86조7천억원 규모의 내년 나라 살림을 심의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일정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으나 제대로 된 논의 한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는 지난달 28일 황교안 국무총리,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출석시킨 가운데 사흘째 예결위 종합정책 질의를 진행했으나 예산심사는커녕 ‘최순실 의혹’ 공방만으로 시간을 보냈다.
국회 스스로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정국 정상화를 위해 새누리당의 석고대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최순실 부역자 전원사퇴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으며 국민의당은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통한 타개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인 12월2일은 물론 연내 처리조차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야당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내년 살림을 꾸려나갈 예산심의가 지연된다면 국민들이 이를 곱게 받아드리지 않을 것이다. ‘최순실 청문회’ 양상을 띠면서 예산 논의에서 거의 손을 놓은 상태다. 20대 국회가 출범한 지 이미 5개월인데 입법이 전무한데 여기에 ‘최순실 블랙홀’까지 겹치면서 예산·입법 기능마저 사실상 상실된 상태다.
최순실 파문은 대내외 악재로 가뜩이나 취약한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0%대 성장이 4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는데다 내년 성장전망까지 하향 조정할 정도로 한국 경제는 위기상황이다. 국회는 방치되어 있는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노동개혁법 등 경제관련법을 하루속히 입법처리해야 한다
국민은 최순실의 국정개입과 농단 사태에 분개하면서 동시에 이에 편승하는 여야의 ‘정치 셈법’에도 못마땅하고 있다.유권자들은 이번 위기상황에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제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우병우 안종범 문고리 3인방 등이 물러난 지금 야당은 더 이상 예산심의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