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런 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 공감”
박 순경, 남은 성금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경찰들 위해 사용
지구대에서 취객을 제압하다 다치게 한 경찰관이 거액의 합의금으로 빚더미에 올랐지만, 사연을 알게 된 동료 경찰관들의 도움으로 이틀 만에 1억 4천여만 원을 모금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서울 은평경찰서 연신내지구대 박모(34) 순경은 서울 은평구의 한 주점에서 행패를 부리던 A(33) 씨를 지구대로 연행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폭언하며 위협적으로 달려드는 A 씨의 목을 밀어 넘어뜨려 전치 5주의 부상을 입혔다.
A 씨는 박 순경을 상대로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을 냈고, 지난 7월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양섭 부장판사)는 박 순경에게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이 급박하지 않아 주먹이나 팔을 잡는 방법으로 제압이 가능했다”면서도 “박 순경이 놀라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고 합의금을 지급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난동을 부리다 체포된 취객을 폭행한 혐의는 인정하되,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뤄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었다.
경찰공무원법에 따르면 현직 경찰이 재판에서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으면 퇴직해야 하지만, 판결에 따라 박 순경은 경찰직을 유지할 수 있었고 항소를 포기했다.
가까스로 감옥행을 면한 박 순경은 감봉 1개월 징계처분을 받았고, 형사합의금 5천여만 원과 별도로 민사소송 결과에 따라 4천만 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해야 했다. 박 순경은 타고 다니던 승용차를 처분했고 대출까지 끌어다 썼다.
지구대 동료들이 나서 1,400만 원을 보탰지만 턱없이 모자란 금액에, 보다 못한 이지은 연신내 지구대장은 지난 16일 경찰 내부망에 박 순경의 사연을 올렸다.
순식간에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는 댓글과 함께 이틀 만에 동료 경찰관 5천7백여 명으로부터 1억 4천만 원이 모였다. 이지은 대장은 “취객들에게 시달려온 일선 경찰관들이 누구나 이런 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 공감한 것 같다”고 밝혔다.
박 순경은 대출금과 위자료 등을 갚고 남은 성금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경찰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