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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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 칼럼> 풍요속의 빈곤,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

   

한국청소년연구원장/신대철박사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마도 먹고사는 문제일 것이다. 행복과 불행의 척도를 말한다면 역시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이다. 그러기에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 제일 먼저 먹는 것을 생각하고 옷을 입으며 자기 집을 소유하는 것에 대하여 그토록 강한 일차적 본능을 표출하는지 모른다. 이것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지구촌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화제(話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세상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은 물론 빈곤과 풍요도 존재한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처절한 인간의 빈곤과 풍요의 현장을 우리는 세계 도처에서 경험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빈곤과 풍요속에 인간의 삶의 모습까지 달라진다. 아니 신분이 달라지고 대접도 달라지며 그것이 행복이고 불행이며 자유와 억압이고 기쁨과 슬픔이며 감사의 조건이다.

필자는 오래전 캄보디아에서 아버지학교를 진행하였고 필리핀 현지에서 어학연수를 받는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특강을 한 적이 있다.

캄보디아와 필리핀을 수차례 방문한 기회에 관광지 몇 곳을 탐방하면서 처절한 빈곤의 현장에 노출된 아이들을 보았다. 캄보디아관광지마다 한국인을 실은 관광버스가 도착하면 캄보디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1달러 1달러를 외치면서 말이다. 팔이 끊어진 사람, 한쪽 다리가 없는 사람, 아이를 처량하게 가슴에 안고 서 있는 어머니, 그들에겐 체면도 없다. 1달러면 점심을 아홉 번 먹을 수 있는 돈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빈곤에서 아우성치는 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따까이-따이 화산지구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육지에서 배를 타고 20분을 달려 섬에 도착하면 역시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휴화산 정상까지 대개 말을 타고 가는데 필요한 장갑이나 마스크를 팔기위해서다. 일곱 살을 갓 넘긴 어린 아이에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1달러를 외치며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사달라고 악착같이 조르는 모습은 인간생존의 극치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섬 아래에서 화산지대 정상까지 30분정도 말을 타고 가는데 마부(馬夫)가 함께 동행 한다. 마침 필자의 마부는 당시 11살로 초등학교 4학년이란다. 평지에서는 말을 끌고 가파른 언덕길에서는 말 위에 함께 타고 달리는데 아무리 힘센 말일지라도 헉헉 거리고 마부 역시 구슬땀을 흘린다. 겨우겨우 정상에 도착하면 말을 타고 온 관광객은 매우 미안한 마음으로 마부에게 콜라 한 병을 사주고 산 아래 내려와서는 1달러를 손에 쥐어 주는 것이 고작이다.

참으로 어렵고 고단한 일이지만 힘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콜라 한 병을 얻어 마실 수 있다는 기대감과 얼마를 줄지 모르지만 수고비를 받을 수 있다는 감사한 눈빛이 역력하다. 마부의 기회를 얻기 위해 하루 종일 서서 기다려야 겨우 한 두 번 정도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관광객이 터트리는 카메라 셔터소리와 아름다운 경관에 환호성을 지르는 풍요와 빈곤의 현장에서 그들은 과연 하루하루 무엇을 느끼며 살아갈까.

이것이 생존이라면 너무나 잔인하다. 그것이 어쩔 수 없는 환경이고 운명이라면 너무나 가혹하다. 인간이 만들어낸 돈이 빈곤과 풍요를 가르며 자유와 억압을 가져오고 행복과 불행의 수치를 나타내며 이렇게 인간의 삶을 극명하리만큼 갈라놓는다. 1달러의 위력을 체험 할 수 있는 삶의 현장에서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다. 최근 초등학생 형제들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화재가 발생하여 지금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상황은 우리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빈곤과 풍요의 공존 속에서 소외받고 고통 받는 청소년과 이웃을 생각하며 깊은 관심과 따뜻한 보살핌과 배려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도 아직, 우리 가슴에 사랑이 남아 있기를 바라며 이른 아침 희망의 문을 열어본다.

 기자 : 편집국    작성일 : 20-09-21 11:17